“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가들이 소설을 보고 찾아오더군요. 자신들의 애환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다뤄달라고요.” 27일로 100회를 맞은 문화일보 연재소설 ‘서유기(徐遊記)’의 작가 이원호(66·사진) 씨의 말이다. 이 작가는 “한 기업인은 ‘(소설이) 내 일상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면서 “주위에서 이런저런 제보를 받다보니 소재는 무궁무진한 셈”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현재 소설에서 전개되고 있는 내용도 이 같은 제보에 따른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중 기업가들의 비즈니스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소설을 통해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성애(性愛) 장면이 점점 적나라해지는 것 같다.


“섹스에 대한 리얼리티보다 성적 판타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물론 이는 소설의 재미를 위한 것이다. 남성이 주인공이니까 여성과의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게다가 주인공 서동수는 혼자 산다. 미리 흘리면 김이 빠지겠지만, 소설이 좀 더 전개되면 (서동수를) 중국 여성과 결혼시킬 생각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결혼 생활도 다루고 싶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에서의 가정 생활도 소개하고 싶다. 중국 여성들은 한국 여성들에 비해 훨씬 독립적이고 개방적이다. 실제로 내 아들이 중국 여성과 결혼, 가정을 꾸리고 있어 너무 잘 안다. 남녀평등이 확립돼 있는 중국 가정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인들의 사업 환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20여 년 전에 내 자신이 무역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중국에서 사업 중인 선후배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통해 요즘의 중국 내 기업 환경을 듣고 있다. 7∼8년 전과 비교해도 사업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한국 기업들의 활동이 대단했다. 칭다오(靑島)의 경우 사업체의 70% 이상이 한국 기업이었던 적도 있었다. ‘한국인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돌 때다. 신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도도 꽤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 중에선 중국에서 야반도주하다시피 빠져나가는 업체도 있고, 중국인에게 사업체를 넘기고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기업도 있다. 이런저런 사례들을 모두 소설에서 보여줄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은 수교 20주년을 맞았다. 한·중 관계도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 교류 중에서도 기업 간에 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어나갈 필요가 있다. 소설 ‘서유기’가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소설을 시작하면서부터 중국에서도 출간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국 기업인, 나아가 기업문화에 대해 중국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은 어떤가.


“미워하면서도 배운다고 할까.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떵떵거리며 큰소리치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돈 씀씀이도 매우 헤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행동을 보기 힘들다. 그만큼 중국이 잘살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에서 돈 자랑 하다가는 꼴불견이 되기 십상이다. 중국 갑부들이 얼마나 잘사는가. 하다 못해 호텔 안내원만 하더라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훨씬 세련됐다는 말이다.”


―문화일보에 인기리 연재했던 전작 ‘강안남자’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설 ‘강안남자’에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유기’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분히 소화하면서도 실제 기업 활동의 리얼리티를 살릴 것이다. ‘서유기’가 제목 그대로 ‘서씨의 유랑기’이기도 하지만 ‘천천히 즐긴다’는 뜻도 담겨 있다. 지켜봐 달라.”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