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는 76세, 초등학교 교장 퇴직후 10년째 완주군 구이면 아중리 산골짜기에서 아내와 둘이서 농사를 짓고 산다.
아내 윤수정은 75세, 40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남 김태수는 48세, 중소기업 사장이며 차남 김동수는 46세, 지방대학 교수이고 막내딸 김희선은 42세, 남편과 이혼하고 서울에서 손녀 박미영(12)과 둘이 산다.

3년전 이혼한 김희선과 이제 장남 김태수도 이혼을 하게된다. 가족이 혼돈에 휩쌓인 어느날 윤수정이 췌장암 판정을 받는다.
김선호와 윤수정은 상의한 끝에 자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것을 모르는 자식들은 제 일에 바빠 건성으로 지내다가 어느덧 윤수정의 임종을 맞는다,
이제 혼자가 된 김선호는 과거를 회상하며 내일에 대비한다.

자식들에 대한 헌신은 두 부부에게 의무라기 보다 생(生)의 조건이었다.
인생이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쓸쓸히 혼자 가는 것이다.
자식들이 이제는 제 자식들에게 쏟는 희생을 보면서 김선호의 가슴은 서서히 매말라간다.
이윽고 김선호는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한다.